[너 지금 컴퓨터로 뭐하니]란 책인데, 부제로는 '컴퓨터에 아이를 빼앗긴 부모들을 위한 책'이라 쓰여 있습니다.

이 책은 아래와 같은 도입부로 시작합니다.
"아니 그놈의 컴퓨터, 공부에 도움이 되고 정보 사회에서 우리 아이가 뒤떨어지면 안 된다기에 무리를 해서 장만했는데 이제 그 컴퓨터를 없애 버리고 싶어요."
이런 질문을 받기 시작한 지도 이제 꽤 되었다. 그리고 이런 하소연을 들을 때마다 짐짓 모른 척,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해야 했다.
"그냥, 내버려 두세요."
"아니 그럼, 아이가 공부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노는데 그대로 두란 말이에요?"
"그러면, 그만 하라고 야단을 쳤을 때 아이가 그 말을 잘 받아들이나요?"
"그렇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떻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명색이 부모인데."
"예, 그렇지요. 우리는 부모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죠."
이 책은 바로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부모들을 위한 책이다.
이런 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고민에 대한 대답이 책 첫 페이지에 딱 한 줄로 무슨 잠언처럼 나옵니다.
"아이가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하라"
그러나 삶이 어떤 것인지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만,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지 하나하나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 문장을 가슴에 잘 모셔두고 이야기를 계속 해보겠습니다.
우선 차례를 보면,
컴퓨터를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
열살 아들 & 누드 모델과의 사이버 정사
먹지도 입지도 못하는 아바타 - 도대체 왜 사려고 하지요?
아이 머릿속에 뭐가 있는지 들어가 보고 싶어요
아이가 컴퓨터 게임을 스스로 그만하게 할 수는 없을까요?
보이지 않는 얼굴과의 만남 - 채팅
남편은 담배 중독, 아이는 인터넷 중독
이 각각 'X번째 방'이란 이름으로 나옵니다. 저는 제가 컴퓨터 게임을 스스로 그만두게 할 방법을 찾고자 다섯번째 방을 열심히 봤습니다. 얇고 쉽게 쓰여진 책이므로 다른 주제에 공감이 가신다면 근처 도서관을 이용하시면 되겠습니다.
다섯번째 이야기는 이 책의 다른 모든 이야기와 같은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화자인 한성준(수연 아빠)의 경험이나 생각을 짧게 소개하면서 문제를 끌어낸 후 황상민 교수와의 문답을 통해(마치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처럼) 자녀를 키우는 올바른 자세를 알아가게 되는 것이죠.
다섯번째 이야기의 도입부는 화자가 오랜만에 딸을 혼자 집에 두고 아내와 외출을 하면서 시작합니다. 화자의 아내는 아이에게 게임은 한 시간만 하고 숙제며 공부를 얼만큼 해 놓으라 말하고 나갑니다. 그런데 즐거운 외출을 마치고 집에 와보니 딸은 아니나 다를까 친구들을 불러다 게임을 신나게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이 상황에서 전국 어느 곳에서 언제든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대화가 한 토막 나옵니다.
수연이가 바로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 하고 있자,
"숙제 다 했냐고?"
아내가 목소리 톤읖 높여 강하게 다그쳤다.
"아니요"
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수연이가 말하자 아내는
"뭐? 지금까지 컴퓨터만 한거야?"
"조금밖에 안 했어요."
수연이는 기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이 몇 시니? 도대체 몇 시간째 한 거야? 엄마가 컴퓨터 1시간만 하라고 했잖아!"
저는 "조금밖에 안 했어요"란 말에 깊은 공감이 갑니다만,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하여간 계속 읽어보면 이 집 딸은 매를 맞다가 당돌하게 "엄마는 항상 뭐 하지 말란 말만 하잖아요. 나도 하고 싶은 것 좀 실컷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외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갑니다(참고로 책 도입부에 수연이란 아이는 중학교 2학년 학생으로 소개됩니다).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 정기적으로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답게 책의 화자는 이 말을 듣고 왠지 무거운 마음이 들어 잠자리를 뒤척거리고, 다음 모임에 나가서 이 문제에 대한 조언을 얻어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 바로 "아이가 컴퓨터 게임을 스스로 그만하게 할 수는 없을까요?" 라는 주제로 다른 네 명의 학부모와 함께 심리학과 교수님과 고민하는 시간이 시작됩니다. 이 부분은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천천히 이야기가 진행되므로 분량이 길기 때문에 여기서 소개하기가 곤란하지만, 고맙게도 이야기가 끝나고 포인트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아이가 컴퓨터 게임을 스스로 그만하게 하고 싶으세요? 그렇다면 먼저 아이가 컴퓨터로 습득하게 되는 경험에 대해 함께 공유하세요. 그리고 아이가 컴퓨터 사용이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깨닫게 도와주시고 그 정도의 흥미를 일으킬 수 있는 다른 활동으로 유도하세요.
정리하면 1) 아이 세대가 부모의 세대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2) 아이가 컴퓨터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낳는 결과를 깨닫게 하여, 3) 그 시간을 다른 의미 있는 활동으로 채우게 하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저는 '제가 컴퓨터 게임을 스스로 그만두게 할 방법을 찾고자 다섯번째 방을 열심히' 읽었기 때문에 우선 2)번이 되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이 2)번이 잘 안 될때 도움이 될만한 내용도 이 책에 있더군요.
"왜, 여자는 앉아서 누어야 해? 나도 서서 누고 싶어."
그러자 엄마는 아무런 거리김도 없이
"그래? 그럼 너도 서서 누어라."
라고 했더란다. 결국 허벅지 사이로 줄줄 소변줄기가 흐르고 말았는데 이 통 큰 엄마는 대번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것 봐라, 다 젖으니까 싫지? 그러니까 넌 앞으로 앉아서 누어라."
그 찝찝한 경험 이젠에는 분명 어렸지만, 서서 소변 누는 것에 비해 앉아서 소변 누는 것은 차별적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험 이후 이건단지 성적 열등감이 아니라 생식 구조상의 차이라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어른이든 아이이든, 자신이 한 어떤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보는 건 중요합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종종 이런 고려 없이 행동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으니까 말이죠.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의 도입부에 나온 말,
"아이가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하라"
는 부모가 아이에게 가르칠 수 있는 유일한 교훈이자, 최선의 교훈이 아닐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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