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원제는 Filthy Lucre; Economics for people who hate capitalism 입니다. 부제를 직역하면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증오하는 사람을 위한 경제학이 되겠죠. 사실 자기 사는 세상 좋아하는 사람은 드무니까, 의외로 대부분의 사람을 위한 책입니다.
책 목록을 보면 공평하게도 1부는 우파가 저지르는 오류, 2부는 좌파가 저지르는 오류입니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주제는 ‘우파를 공격하고 싶다’가 아니라 ‘좌파들 경제학 공부 좀 하자’로 보입니다. 서문에 나오는 다음 내용을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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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여러 가지 주제를 다각도에서 다루면서 결론으로 이끌어가고 있는데 그 중에서 ‘부의 분배-왜 자본주의는 자본가를 잘 배출하지 못하는가’만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장에서 현금흐름 시스템과 빈곤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느낌이 확 오지는 않는 부제가 무슨 뜻인지는 다음 문장이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오늘날 부자는 오래 전에 죽은 재벌 총수의 게으름뱅이 손자일 확률보다는 일주일에 80시간씩 일하고 엄청난 봉급을 받아 그 위치까지 오른 극성맞고 야심찬 사람일 가능성이 더 높다… 19세기 자본주의에서는 부의 상속이 큰 논란거리였지만 지금은 고삐 풀린 급여가 훨씬 심각한 문제다. ’(P.295)
하여간에, ‘소비를 안하고 영웅적으로 “금욕”’하는 사람이건, ‘자기 부모나 조부모가 일군 재산을 상속 받아 손쉽게 억만장자가’ 된 사람이건, 자본주의 사회는 점점 이렇게 자본에서 떨어지는 이윤만으로 먹고 사는 자본가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진짜?). 사실 이렇게까지 말해도 약간 아리송하긴 한데, 저자의 주장을 좀 더 들어보면 사실은 인간의 행태와 빈곤 문제를 부의 분배와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저축 문제가 불거져 나오기 때문이지, 자본가의 유무라는 게 그다지 논의의 핵심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근데… 제가 쓴 문장도 아리송하네요. 어쨌든 우선 빈곤 문제에 대한 진단부터 보죠.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자본주의를 찬양하는 사람들을 위한 경제학입니다. 그러니까 산업화가 이루어져 알바를 하더라도 굶어 죽지는 않을 사회에서는(물론 겨우 이게 문명국가가 지향해야 할 기준은 아니지만) 재무기술 부족이나 낭비벽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빈곤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일견 맞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고, 이런 말을 다들 당연히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자본주의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사람들을 위한 책인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죠.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의 성급함을 잘 드러내는 할인함수라 부르는 도구를 갖고 있다. 할인함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미래보다는 현재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데에 쓰인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는 성미가 급한 존재다. 먼 훗날의 행복보다는 지금 당장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 (P.303)
OK. 하지만 여기까지 들어도, 그 성미를 견뎌대는 인간만이 진정으로 부자가 될 자격을 갖춘 것 아니냐는 반론이 가능합니다. 그러자 저자는 갑자기 비둘기 얘기를 합니다.
그러니까, 너나 할 것 없이 사람들은 ‘조삼모사’라고 하는 것이죠. 이것을 진화심리학을 써서 인간이 처음 종 분화가 된 사바나 초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됐다느니 뭐니 해서 이유를 붙이면 더 멋지겠지만, 그런 얘기는 이 책에는 없습니다. 하여간 저자가 말하고 싶은 건 빈곤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라는 겁니다. 다만 ‘좌파들 경제학 공부 좀 하자’라는 주제의식을 살려서 일반적으로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되는 교육이나 상담치료 등은 그닥 의미가 없으며, ‘지금 당장 작용하는 인센티브’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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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이제 빈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그걸 알면 상경계열 나와서 받을 수 있는 웬만한 상은 다 받을 수 있을 테니, 보편적인 해결책이라는 건 없을 겁니다. 다만 힌트 정도는 볼 수 있습니다.
윗 문단의 마지막 괄호는 이 장을 통해서 저자가 옳다고 믿는 정책을 언뜻 내보인 것입니다. 결론 부분에서 ‘나 귀찮게 하지 마!’라고 국가에 외쳐대는 사람 역시 ‘과대 할인’이라는 주사만 뿅 맞으면 ‘자유와 간섭 사이의 케케묵은 반목은 대부분 해결된다’고 쓰여있습니다.
사실 이 장은 빈곤에 빠지지 않는 방법을 넓은 시각에서 바라본 것입니다. 정리해 보면, 과대 할인이라는 원죄로 인해 빈곤의 유혹에 빈번히 넘어가는 인간이 이 악마를 뿌리치는 길은 일단 개인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선 잘 짜여진 시스템이 더 많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또,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내 집으로 하는 식으로 얼른얼른 갈아타면서 종자돈을 지켜고 불려야 현금유출이 줄어들어서 한 순간에 빈곤에 빠지는 사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책에서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개발도상국 국민의 복리 증진에 큰 도움이 되지만, 부유한 나라에서는 이런 소액 융자가 빈곤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 회사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얘기를 또 포스팅한 건가… 라는 자책감이 잠시 들긴 하지만, 찾으면 못 찾을 것도 없죠. 이 장의 핵심내용은 ‘과대할인’과 ‘현금흐름’ 입니다. 인간은 ‘과대할인’ 하기 때문에 ‘현금흐름’을 바꾸지 못해서 빈곤이나 신용경색에 빠진다는 겁니다. 그리고 본성은 못 바꾸기 때문에 현금흐름을 재배치하는 게 중요합니다. 따라서 경매개요에서 월급일 직후 상환일을 잡거나, 월급일 직전에 상환일을 잡은 후 경매가 성사되자마자 1회 차 상환을 해버리는 상환 계획은 연체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겠죠. 또한 낙찰된 금액으로 ‘현금흐름’을 줄이는 투자를 하는 것이라면 그런 계획도 괜찮아 보입니다. 무엇보다 투자받은 분이 새로 투자자가 되어 상환의 순환고리를 만들면 그것 역시 본성을 제압하는 시스템을 가동시키는 셈이죠. 사실, 다 회원분들이 하시고 있는 거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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